뉴스레터

Home  /  회원소식  /  뉴스레터

한국유럽학회 2012년 제1호 E-Newsletter _집중조명(스웨덴 계급타협제도 변화분석)

작성자
europe
작성일
2012-04-02 00:00
조회
818
집중조명

이 코너는 좀더 심층적이면서도 집중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유럽의 한 일면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을 다룹니다. 이번 호에서는 스웨덴의 계급타협제도의 변화를 다루었습니다. 계급타협제도는 스웨덴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스웨덴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이 제도의 변화를 집중 분석합니다.
제도변화의 다양성: 스웨덴 계급타협제도 변화 분석장선화(이화여대)

문제제기

제도변화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 구축된 제도와 단절적 형태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찾는데 집중되어온 경향이 있다. 경제구조변화에 따른 정책연합의 재편과 정부 주도 개혁에 의해 촉발되는 단절적 형태의 제도변화는 외연적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반면, 제도적 틀이 유지되는 가운데 제도 내 행위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제도 내의 다양한 변이가 어떻게 제도변화와 연결되는가, 즉 점진적 제도변화의 양상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제도 내 행위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점진적 형태의 제도 변화 양상은 단절적 형태의 제도전환과 어떻게 다르며, 제도전환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 글은 점진적 제도변화에 대한 최근의 신제도주의 논의에 정치적 요인을 포함시킨 분석틀을 제시함으로써 제도변화와 제도개혁, 제도전환의 경로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자 하는 방법론적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구조적 변동을 여과하는 장치로서 제도의 역할에 주목하고 제도를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행위자 및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도한다. 제도 내 행위자들은 제도에 적응함과 동시에 자신의 이해에 맞게 변형시킴으로써 이익을 실현한다. 그러나 점진적 형태로 진행되는 제도변화는 결정적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기존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스웨덴의 계급타협 제도를 중심으로 단절적 제도전환 논의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존 논의에서 나아가 제도 내적 변화가 제도적 틀을 변화시키는 제도전환으로 이행하는데에는 정치적 조건의 변화라는 매개요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개하고자 한다.

1. 제도변화, 변화 양상, 속성
(점진적 제도변화에 대한 신제도주의적 접근에 대해서는 장선화 2011.『스웨덴의 제도변화와 정책전환:계급타협제도와 완전고용정책을 중심으로 1950~2010(박사학위논문), 2장 참조)
c.gif

스웨덴의 계급타협제도의 형성과 변화

계급타협제도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스웨덴 사민당 정부와 노사 정상조직에 의해 구축된 중앙집중적 노동시장제도와 노사정간 정책협의를 의미한다. 이 시기동안 사민당 정부는 노동과 자본간 이해의 접합에 의한 계급타협을 노동시장과 정책 형성 및 집행과정 전반-중앙집중화된 노사임금협상체계, 노동시장조직 대표가 판결에 참여하는 노동법원, 정부 위원회 및 평이사회 의사결정구조 등-에 걸쳐 제도화했다. 제도화된 계급타협을 기반으로 사민당 정부는 소득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완전고용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를 경유하면서 노동시장 정책의 기반이 되어왔던 계급타협의 변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사민당 정부가 추진한 "3의 길(Tradje vägen)"1990년대 초 중도우파연합 정부의 "체제전환(systemskifte)"을 거쳐 2000년대 초까지 스웨덴 정부의 정책은 완전고용에서 물가안정에 보다 중심을 두고 경제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으며 노동시장과 복지 정책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의 계급타협제도 변화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서 나타낼 수 있다. 먼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사민당 정부와 노동시장조직간의 전략적 계급타협이 노동시장과 정치과정에서 제도화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 계급타협 제도는 크게 두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해갔다. 노동시장영역에서는 스웨덴노동조합총연맹과 사용자연합을 중심으로 포괄적이고 중앙집중화된 조직적 연대가 약화되는 탈중앙집중화와 중앙협상에서 결정된 임금상한이 개별 기업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형태의 제도대체(displacement)가 진행되었다. 연대임금에서 벗어난 임금부상(wage drift)이 산별 수준에서 확대되어갔고, 각 부문들은 카르텔을 형성해서 협상에 나서는 경향이 생겨났다. 한편으로 자본은 정부의 신용시장 규제를 벗어나는 형태로 제도적 제한을 피해갔다. 또하나의 방향은 임노동기금안으로 나타난 스웨덴노동조합총연맹과 정부의 제도개혁 시도였다. -마이드너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적 정책으로 제시된 임노동기금안에는 그러나 자본의 협력을 이끌 수 있는 계급타협적 유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자본은 유례없는 집단적 저항-반대여론 형성, 가두시위 등-을 전개했고, 사용자연합을 중심으로 한 자본 조직이 제도이탈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번째 시기는 제도이탈이 시작된 시기이다. 1980년대부터 노동시장조직이 제도화된 계급타협의 제한에서 벗어나 이탈하는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중앙집중적 노사 협상이 부문별 협상과 카르텔 협상으로 분산되고 산별 노사 임금협상과 기업별 임금격차가 증가했다. 조직적 분화와 계급간 연합의 형성으로 나타난 자본과 노동 조직의 제도이탈은 사민당의 완전고용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1983년 엔지니어링부문 노조와 사용자조직이 중앙협상에서 탈퇴해 독자적 협상을 진행했고, 1991년에는 사용자조직이 중앙의사결정위원회를 탈퇴했다. 1980년대초 집권한 사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3의 길"은 여전히 완전고용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었으나 노동시장내 제도변화와 노동과 자본의 제도이탈로 인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금융통제완화 조치로 인해 자본의 해외이탈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세번째 시기는 정권교체로 인한 정책적 중심의 변화와 제도개혁이 본격화된 시기이다. 제도내적 변화와 이탈이 제도개혁으로 전환된 것은 1991~1994년과 2006~2010, 그리고 201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중도우파연합 정부 집권기에 이르러서였다. 일례로 중도우파연합 정부는 1991년 사민당 집권기에 형성된 대표적 계급타협적 협의기구인 정부 중앙의사결정위원회를 폐지했고, 평이사회 및 노동법원 의사결정과정에서 노동조직 대표의 참여가 축소되었으며, 2008년 노동시장청(AMS)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010년부터는 노동시장프로그램 집행기관의 인력감축과 프로그램 개편이 진행중이다.

제도변화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부터 출발하여 스웨덴의 계급타협 제도변화에 대한 분석 결과과 의미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점진적 제도변화가 단절적 제도전환으로 이행되는 데에는 정치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급타협적 노동시장제도의 경우, 실업자들의 제도대체적 행위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제도유지 비용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좌-우 정치블록이 정책변화가 가져올 정치적 결과를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점진적 제도변화가 제도개혁으로 전환되는 매개요인은 1990년대이후 진행된 정치적 조건의 변화였다. 사민당의 장기집권 종식으로 인한 정치적 헤게모니 약화와 2000년대 중도우파연합의 집권과 연이은 재집권은 노동시장정책의 수정과 노동시장 제도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둘째, 스웨덴사민당의 정치적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새로운 형태의 정당정치적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2000년대의 상황이 스웨덴의 사민주의적 노동시장 뿐 아니라 계급타협적 속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복지 제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좌우 이념적 균열이 지배적인 스웨덴의 정당경쟁체계에서 1980년대까지 집권 경험이 현저히 적은 우파 정당들은 사민당에 의해 구축된 스웨덴식 복지국가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중도우파연합은 1991~1994년의 집권기에 체제전환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 제도에 대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없었다.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2010년 최초로 재집권에 성공함으로써 우파블록은 비로소 사민당에 의해 구축된 제도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2006년과 2010년 우파연합의 집권 후 진행되고 있는 변화는 이와 같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부유세 폐지, 실업보조 축소 및 실업수당 수급조건 강화, 소득세 감축,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인해 자유주의적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셋째, 제도적 제한과 규제가 완화되면서 세계화와 EU통합으로 인한 외적 요인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사민주의적 가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던 연대와 평등의 약화와 EU 가입 이후 등장하고 있는 노동계급 간 갈등이 배타적 정치이데올로기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총선 결과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진입했다는 사실은 특히 스웨덴 노동시장의 갈등이 보다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실업의 성비 불균형문제와 청년 실업, 이주 노동자 문제에 걸쳐 노동계급 내 갈등과 탈조직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에 진행되고 있는 점진적 제도변화와 정책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와 같은 제도화된 계급타협이 유지되지 못하고 계급간 타협 유인을 제공해온 정부의 보증자적 역할이 약화된 상황에서 중도우파정부에 의한 제도개혁이 규제 완화와 제도 유연화의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맺음말

스웨덴의 계급타협 제도 형성과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복지 및 노동시장 정책 담론에서 정책적 모범으로 빈번하게 제시되는 스웨덴의 사례가 해당 정책만을 도입하는 것으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시사점을 준다. 스웨덴 노동시장 프로그램이 1980년대까지 비교적 성공적으로 실시될 수 있었던 것은 사민당 정부 시기에 구축된 계급타협의 제도화가 시장과 정책형성과정에서 합의뿐 아니라 정책담당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노동과 자본의 이해를 연결시켜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을 창출하고, 제도 내 행위자들의 전략적 이익의 타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세계화와 경제통합으로 인한 일국 정부의 대안적 정책운용 능력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외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적 조정의 형태로 제도가 유지되고 또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1990년대부터 제도 유연화 형태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양상과 정책 전환의 형태를 세계화라는 동일한 외적 압력의 결과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차원에서 국내 제도의 변화와 정부의 정책 조정 형태와 정치적 조건의 변화와 연관해서 분석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